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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교수신문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33610


'60대' 전성기에 정년을 맞는 인문계 학자들

[원로칼럼] 이정민 서울대 명예교수·언어학

2017년 04월 24일 (월) 11:26:45 이정민 서울대 명예교수·언어학 editor@kyosu.net

얼마 전 어느 전문가가 교수의 업적 절정기가 자연(이공)계는 40대고 인문(인문사회)계는 60대라고 통계 조사한 결과를 일간지에 냈다. 전문 분야의 학문 연구를 위해서는 그 준비기간이 다른 업종에 비해 길어 교수·연구직 취업 자체가 늦어지고 가장 활발히 성과를 내는 연령대도 늦어지게 마련이다. 그래서 교수 정년 폐지를 캐나다, 미국이 진작 시작했고, 여러 나라가 조정하는 추세다.
우리 대학들은 정년이 대체로 65세로 고정돼 있어 연구성과가 정점에 오르기 시작한 인문계 학자들은 대부분 중도 하차하게 된다. 아까운 일이다. 건강이나 연구 의욕을 상실한 경우 외에는 연구 관련 일을 계속할 수 있게 여건을 마련해 이들의 전문지식을 활용토록 해야 한다. 뒤늦게나마 연구재단에서 명예교수에게도 연구비 신청 자격을 줬으나 대부분 모르고 있거나 기존 업적 자격 기준이 높아 극소수가 혜택을 본다.
 
여러 해 전에 화학을 하는 선배 한 분이 늦바람나듯 뒤늦게 연구성과가 나 일본에서 관심을 갖고 강연에 초청해주는 등 신바람이 나는 때에 정년을 맞아 실험실을 내놓게 되고, 실험 중의 시약 영향으로 암에 걸려 일찍 세상을 뜨는 안타까움이 있었다. 며칠 전에 국내에 와 강연한 중국의 소수민족언어를 연구하는 다이(Dai) 교수는 82세로 중국에서 우수학자는 정년이 없어 가르치고 있다고 했다. 중국은 과학자, 우수학자를 활용한다. 우리도 정책적 배려와 명예교수회의 요구가 필요하다. 서울대 명예교수도 69석이 만석이고 정년 후 3년씩 대기해야 들어간다. 여성은 없다. 여성 취업과 단절 없는 활동이 3만불 선진국 진입을 가능케 한다.
      
인문계에서는 국제적으로 저명한 학자가 주관하는 전문 주제 학술 모임의 성과가 좋을 경우 선택한 내용을 저명출판사에서 책으로 내 ‘book chapter’로 들어가는 경우에도 업적으로 처야 하나 획일적인 이공계 논문 잣대 영향으로 연구재단 평가에서는 기타에 묻힌다. 학술지 (지원) 평가에서도 연 100편 이상 실어야 6점 만점이고 어려운 논리 형식이 들어가거나 고대 문자(구결 등)를 연구하는 분야의 경우 연 20편정도 내면 0점에 가깝고, 편집위의 국내지역 분포를 점수로 따지면서 ‘세계적 수준의 학술지’를 부르짖고 응용분야위주로 뽑아 ‘우수학술지’라 해 특대하고 JAMS라는 획일적인 투고 시스템을 요구해 국내 전용의 KCI만 키우려고 오래 전부터 저작권을 무시하면서 학술지들을 ‘open system’으로 다 굴종시켰다. 전문 편집인의 급여를 잠시 인정하더니 감사원 때문이라며 (대학도) 인건비를 인정 안 해 편집 조교 급여가 막연해지고 이를 해결해주는 불투명한 시장으로 내몰리게 한다.
교수·연구직 취업을 위해서는 준비 단계에 시간과 돈의 투자도 크다. 취업을 위한 경쟁도 심해지고 따라서 교수 임용과 임용후의 단계별 평가에 공정성이 크게 요구된다. 우리에게는 그러나 이를 핑계로 이미  평가된 것 위주로 뽑고, 정말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연구를 할 잠재력·장래성을 가졌는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진지하게 작품 자체를 직접 읽고 생각하고 발표시키고 인터뷰하고 토론해서 뽑지 않기 때문에 뽑은 뒤 표절 논문 발각으로 나가기도 하고, 외국 석학 심사자들이 보기에 안전 위주의 기성품격의 인재를 모아 놓는다. 거기에 짜증스런 연구비 운용제도 하에서 혁신적인 연구가 나올 수 없게 돼있다(연구재단의 영수증 안 내는 1년짜리 소액 연구비가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인문계는 자아, 의식, 마음을 바탕으로 해 연구한다. 뇌 연구로 상관관계는 알게 돼가나 의식이라는 근본 난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을 때 그 ‘Deep Mind’ 연구단장이 알파고는 자아가 없다고 자인했다. 예술을 포함한 인문, 수학, 과학이 바탕이 돼 융합하고, 패기 있는 젊은 층과 지혜 있는 원로 층이 힘을 모을 수 있어야 제4차 산업 혁명에도 앞서 갈 수 있다.

 
   
     
 
 
이정민 서울대 명예교수·언어학